독일쪽을 보면 파버카스텔의 카스텔9000, 스테들러의 마스 루모그래프.
둘 다 발매역사도 깊은 회사의 롱 셀러이자 대표적인 연필입니다.
일본에서 이러한 연필에 해당되는게 아무래도 미쓰비시의 9800, 톰보의 8900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차이점은 독일의 두 연필은 상위급 라인업으로 계속 제작되고 있지만 일본의 두 연필은 일반 사무, 필기용으로 등급이
내려오고 상위라인으로 각각 하이유니, 모노시리즈로 제작되고있다는 부분이네요.
좀 더 간단하게 8900의 역사를 이야기해보면 태평양전쟁 종전 3개월후인 45년 11월에 사진수정용으로 나온게
시작입니다.
8900이전에도 8800연필이 1936년에 발매되어 팔리고 있었는데, 8800의 의미가 에베레스트 산의 높이를 보고
지은 이름이 아닐까 한다고 하네요. 진짜 홈페이지에서도 이렇게 이런 이유가 아닐까~ 하는식으로 적혀있습니다...
8800연필은 전쟁 막바지 즈음에는 영어사용도 금지되어 HB를 HB라 쓰지도 못했다는 안습한 일화도 있었다네요.
그 후에 38년에 8000연필이 고급제도용연필로서 발매되고 그 후에 8000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연필을 만들자! 해서
탄생된게 8900연필이라고 합니다.
8900의 네이밍에는 아무래도 이전 8800과 8000연필의 영향도 있었으리라 생각되네요.
위의 사진이 첫 8900연필의 케이스와 제품의 사진인데 현 생산품이라는 꽤 차이가 있습니다.
8900의 2번째 모델.
연필의 색이 약간 초록색이 된 부분을 제외하고는 역시 아직도 현재와는 차이가 큽니다.
그리고 1948년에 되어서야 지금의 8900연필의 디자인이 탄생하게 됩니다.
종이케이스부터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이 팔리고 있고, 2011년에는 굿 디자인・롱 라이프 디자인상도
수상했다고 합니다.
발매초기에는 사진수정용에 최고급라인의 제품으로 나왔지만 세월이 흘러 지금은 일반 필기용으로 내려온게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네요.
70주년 기념세트치고는 저렴하다 생각될 가격.
사실 9800도 그렇고 연필 자체도 저렴해서 타스로 구매하기에도 부담되지가 않습니다.
현 톰보의 로고는 잠자리가 위를 향하는데 8900은 48년도부터의 디자인을 쭉 유지하는터라 저에게도 좀 익숙한
아래를 향해있는 잠자리 로고가 그려져 있습니다.
중앙에 보면 H.O.P. 로고가 눈에 띄는데 이것은 톰보의 창립자인 오가와 히로스케(小川春之)씨의 이름을 영어로 적은
Harunosuke Ogawa Pencil의 약자입니다.
이 로고는 과거 1927년에 잠자리 로고가 상표등록되기 이전에 품질의 증표로서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현재도 이 로고를 사용하는 제품은 8900이 유일하다고 하네요.
틴 케이스를 열어보면 종이로된 안내서가 하나 들어있습니다.
펼쳐보면 이런식.
앞 부분에는 48년도의 디자인과 현 디자인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색상에서 변한건 크게없고 프린팅에서 꽤 많은 차이가 나네요.
프린팅 차이는 카스텔9000이나 루모그래프나 과거와 차이는 크기때문에 넘어가도 상관없을듯합니다.
48년도 모델의 RETOUCHING이라는 문구가 사진수정용으로서 발매되었다는걸 알게해주네요.
12개입인줄 알았는데 6개입이라 좀 당황하긴 했습니다.
내부에 들어있는 8900에는 THE JAPANESE CLASSIC 70th ANNIV. 라는 문구가 프린팅 되어있습니다.
사실 9800이랑 8900을 각각 HB로 구해서 써보고 비교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서점에 들렀다가 보여서 구매하게된
70주년 기념세트인데 정작 제가 실사로 굴릴놈을 못 샀다는게 아쉽긴 하네요...
또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동아연필도 반 세기를 넘는 역사를 지니는데 무언가 기념할만한 롱 셀러가 없다는것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나미는 153만 주구장창 우려먹고... 아쉽게 느껴지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 2019 랄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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